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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직무엔 포트폴리오가 없다고요? DART 한 장이면 됩니다: 두 달, 네 번의 취준생 멘토링 후기

· 약 9분
Datapopcorn CEO / AI automation educator

회계 직무에는 정해진 포트폴리오 양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원하는 회사의 DART 재무제표를 한 장으로 시각화하고, 숫자를 원문과 대조해 검증한 뒤, 항목마다 내 의견을 붙인 장표 하나가 다른 지원자와의 차이를 만듭니다. 재무·회계 취준생 한 분과 8월부터 9월까지 두 달 동안 네 번 멘토링하면서 제가 반복해서 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두 달, 네 번의 멘토링 흐름​

멘티는 재무·회계를 전공하고 데이터·AI 부트캠프를 수료한 뒤, 경영기획 체험형 인턴으로 일하며 이직과 취업을 함께 준비하던 분이었습니다. 회차마다 주제는 달랐지만, 결국 "AI를 쓰는 신입이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라는 한 질문을 계속 좁혀 간 과정이었습니다.

회차주제제가 강조한 것
1회차커리어 방향과 AI 활용 역량AI를 잘 쓴다는 건 결과물이 아니라, 업무를 단계로 구조화해 위임하고 검증하는 능력
2회차인턴 업무 적응업무일지를 매일 남겨 두면 그대로 포트폴리오와 면접 재료가 된다
3회차팀 변화와 진로 고민권한에 갇히지 말고 필요한 데이터를 먼저 요청하고, 보고는 근거로 설득하기
4회차실제 제출한 포트폴리오 리뷰대시보드가 아니라 재무제표를 읽고 해석하는 시야를 보여주기

1회차 이야기는 AI 잘 쓴다는 게 뭘까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마지막 4회차를 중심으로 씁니다.

포트폴리오보다 채용 공고를 먼저 뜯어봅니다​

4회차에서 멘티는 한 대기업 회계 직무에 이미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보여 줬습니다. 경력 흐름을 정리한 몇 장과, 부트캠프에서 AI로 만든 비용 분석 대시보드 캡처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포트폴리오를 보기 전에 채용 공고부터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결국 "우리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는 공고에 "제가 그 사람입니다"라고 답하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공고의 자격 요건을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로 나눠 보면 구조가 단순해집니다.

  • 회계·세무·원가에 대한 기본 지식: 하드 스킬
  • 내부 고객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소프트 스킬
  • 꼼꼼한 업무 처리: 소프트 스킬
  • 데이터 기반 사고: 하드 스킬
  • 우대 사항(자격증, ERP 사용 경험, AI 기반 데이터 분석 경험): 사실상 필수

여기서 눈여겨볼 건 "AI 기반 데이터 분석 경험"입니다. 회사도 이 문구의 기준을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기준이 없다고 불안해할 게 아니라, "이게 제가 AI로 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입니다"라고 지원자가 직접 정의해서 보여주면 됩니다.

한 가지 더 권한 것은 공고 원문 저장입니다. 채용 공고는 마감되면 금방 내려갑니다. 멘티는 지원 당시 공고를 캡처해 두었는데, 저는 이게 바로 "꼼꼼함"의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자소서에 꼼꼼하다고 쓰는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은 드뭅니다. 지원한 회사, 공고 원문, 현재 단계(서류 통과, 탈락 등)를 노션 같은 곳에 한곳에 모아 두면 다음 지원 때 그대로 재료가 됩니다.

회계 일은 그대로이고, 일하는 방법이 바뀝니다​

멘티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10년 전과 지금, 그리고 10년 후의 회계 업무는 다를까요?" 처음 답은 "연차가 쌓이면 전표 처리에서 결산, 법인세로 일이 달라진다"였습니다. 제가 묻고 싶었던 건 연차가 아니라 직무 자체였습니다. 회계라는 일은 회사의 돈이 막힘없이 흐르는지 확인하고 숫자로 정확히 기록하는 일이고, 이 본질은 10년 전에도 10년 후에도 같습니다.

달라지는 건 일하는 방법입니다. 예전에는 엑셀만 잘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AI로 훨씬 빨리 보고, 한눈에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는 "기존에는 이렇게 했는데, 저는 AI로 이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비교가 들어가야 합니다. 멘티가 첫 장에 적은 "회계 정확성과 AI 활용 능력"이라는 방향은 맞았고, 남은 일은 그걸 증명하는 장면을 넣는 것이었습니다.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경력자는 하드 스킬이 이미 검증됐다고 보기 때문에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같은 소프트 스킬로 평가받습니다. 신입은 아직 하드 스킬로 평가받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AI가 이 하드 스킬 격차를 상당 부분 무너뜨렸습니다. 저는 회계 전공자가 아니지만, 재무제표에서 모르는 항목을 AI에게 하나씩 물어 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20년 차와 신입의 차이는 이제 지식보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아는 시야"에 가깝습니다.

대시보드는 AI가 만듭니다, 남는 건 발견과 의견입니다​

제출한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대시보드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임팩트가 없습니다. 대시보드는 이제 AI가 몇 분 만에 만들고, 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채용 담당자가 한 장을 보는 데 1~2분도 걸리지 않을 텐데, 그 안에 "이 사람이 회계를 잘한다"는 신호가 보여야 합니다.

그 신호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서 나옵니다. 만들면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그 발견을 보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가 장마다 드러나야 합니다. 장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두 장이어도 한 장 한 장에 본인의 생각이 들어 있으면 충분합니다. 반대로 결과물만 있고 생각이 없는 포트폴리오는 어떤 직군이든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DART 한 장으로 회계 실력을 보여주는 법​

그럼 무엇을 넣어야 할까요. 멘토링 중에 즉석으로 한 가지를 같이 해 봤습니다. SNS에서 본, 한 콘텐츠 플랫폼 기업(리디)의 2023년 손익계산서를 매출에서 비용, 손실로 흐르는 그림 한 장으로 그린 시각화였습니다. 복잡한 재무제표 표를 보지 않아도 "매출보다 영업비용이 커서 적자가 났다"는 게 한눈에 보입니다. 이게 데이터 분석에서 시각화가 하는 일입니다.

이 한 장에서 출발해 실제로 다음 순서로 따라가 봤습니다.

1. 먼저 의심하고 원문과 대조합니다​

데이터 분석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의심입니다. 남이 만든 그림을 그대로 믿지 말고, DART에서 해당 연도 감사보고서를 열어 숫자를 맞춰 봤습니다. 그림의 매출액 약 2,195억 원, 영업비용 약 2,491억 원이 원문과 일치했습니다. 차이인 약 295억 원이 영업손실이고, 최종 당기순손실은 약 318억 원이었습니다(연결 기준, 억 원 단위 반올림). 회사가 발표한 2023년 실적 보도자료의 매출과 영업손실도 같은 값입니다.

이 과정에서 멘티에게 꼭 당부한 것이 있습니다. 원 단위로 길게 적힌 숫자를 보면 콤마 위치로 바로 억 단위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선배가 "우리 작년 손익 어때?"라고 물었을 때 "찾아볼게요"가 아니라 2~3초 안에 답이 나와야 회계 담당자로 신뢰를 얻습니다.

2. 최신 연도로 넓히고 항목마다 질문합니다​

2023년 그림은 이미 2년 전 자료입니다. 그래서 이후 연도 보고서까지 열어 비교했습니다. 보도된 연결 기준 수치로 정리하면 영업손실은 2023년 295억 원에서 2024년 129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2025년에는 262억 원으로 다시 커졌습니다. 매출은 매년 늘었는데 손실은 줄었다 다시 늘었다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줄여서 나아졌고, 무엇에 다시 돈을 썼을까?"를 보게 됩니다.

비용 항목을 하나씩 보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급여는 얼마나 줄었는지, 퇴직급여가 늘었다면 퇴사자가 많았던 건 아닌지, 접대비나 소모품비가 과하진 않은지. 이 회사는 지급수수료가 매년 커지고 있었는데, 금액만 볼 게 아니라 매출 대비 비중을 봐야 의미가 생깁니다. "기타 영업수익"처럼 이름이 포괄적인 항목도 요약표 뒤 주석에 상세 내역이 있고, 기타라고 해서 작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는 이 항목들을 대부분 모릅니다. 그래서 전부 AI에게 물어봅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을 왜 따로 보는지, 해외 법인의 손익은 원화로 어떻게 환산하는지.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끝까지 묻는 것, 그게 AI 시대에 비전공자도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공시도 결국 사람이 만든 자료라 틀릴 수 있는데, AI로 계산을 다시 맞춰 보다가 불일치를 찾아낸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3. 숫자에서 사업 구조와 방향을 읽습니다​

손익계산서를 보면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보입니다. 이 회사는 매출 대부분이 콘텐츠에서 나오고, 전자책 단말기 같은 하드웨어 매출은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 회사 단말기를 쓰고 있어서,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작다는 게 의외였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경쟁사와 시장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전자책 시장의 경쟁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콘텐츠 시장에서 요즘 돈이 몰리는 곳은 어디인지(예를 들면 AI로 만드는 숏폼 드라마나 AI 캐릭터 서비스). 실제로 이 회사는 2025년 글로벌 숏드라마 플랫폼을 출시했고, 2025년 영업손실이 다시 커진 이유로 그 초기 투자를 꼽았습니다. 숫자의 변화와 회사의 전략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회계를 통해 "우리는 이 사업을 줄이고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그건 회계를 넘어 경영의 언어가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계 커리어의 끝은 CFO처럼 숫자를 근거로 회사의 방향에 의견을 내는 사람입니다.

지원하는 회사의 DART는 반드시 봅니다​

이 실습을 한 이유는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지원하는 회사의 DART는 반드시 보고 가야 합니다. 회계를 하겠다는 사람이 지원한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모른다면, 저라면 뽑지 않을 겁니다. 저도 데이터 분석가로 이직할 때마다 지원하는 회사와 경쟁사의 공시를 모두 봤고, 그 회사가 안고 있을 고민을 추측해 "입사하면 이런 분석을 하겠다"는 포트폴리오를 들고 갔습니다.

회사의 재무 상태는 내 커리어에도 직결됩니다. 몇 년째 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회사라면, 들어가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월급의 출처를 확인하는 방법은 DART 공시로 월급 출처 확인하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멘티가 지원한 회사도 그 자리에서 DART로 같이 열어 봤습니다. 생활용품으로 알고 있던 회사의 매출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치약이나 샴푸는 몇 퍼센트일지, 해외 법인과 제조원가는 어떻게 잡히는지. 이런 질문을 입사 전에 던지고 답을 정리해 가는 것, 그 자체가 다른 지원자와 구분되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소재는 공공 데이터에도 많습니다​

지원 회사만 볼 필요도 없습니다. 멘토링 무렵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예산 증가와 공무원 출장 논란 등으로 국정감사 이야기까지 나오며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시의성 있는 공공 사업의 지출 내역을 회계 감사자의 시선으로 뜯어보는 것도 좋은 소재입니다. 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한눈에 보이게 정리하고, 특정 항목이 과했는지 근거를 들어 의견을 내면 됩니다. 정답은 없어도, 근거가 빈틈없는 의견이면 충분합니다.

DART도 공공 데이터도 모두 무료입니다. 사람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을 뿐, 회계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노다지입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회사와 사례로 스무 장 정도를 만들어 본다는 생각으로 쌓아 두고, 지원하는 회사에 맞춰 골라 쓰면 됩니다.

방향이 맞으면, 떨어져도 계속 갑니다​

마지막 회차라 포트폴리오 밖의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방향이 맞았는데 떨어졌다면 그건 운이 나빴던 것이고, 다음 회사에 또 지원하면 됩니다.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맞는 길을 가다가 결과가 안 나온다고 멈추는 것입니다.

신입 지원자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합니다. 얼굴에 난 작은 뾰루지가 눈에 띄듯, 조금만 달라도 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이제 모두가 AI를 쓰기 때문에 그 "조금"의 기준은 계속 올라갑니다. 신입 시기에는 배우는 자세로 최대한 흡수하고, 3~4년 차쯤 경험이 쌓이면 그때부터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방향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멘토로서 배운 점​

저는 회계 현업자가 아니고, 회사를 나온 지도 1년 반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포트폴리오가 합격할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대신 어떤 포트폴리오가 떨어질지는 꽤 확실하게 압니다. 멘토링에서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쓸모 있는 피드백도 "이건 임팩트가 없다"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짚는 일이었습니다.

또 하나 배운 건, 답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멘티가 "그 차트 하나만 알았어도"라고 말했을 때, 결국 경력자와 신입의 차이는 한 번 본 적이 있느냐는 경험치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그 경험치를 대신 채워 주는 게 외부 멘토의 역할이고, 지금은 AI도 그 역할을 꽤 잘합니다. 막연하게라도 "회계 포트폴리오로 뭘 해 보면 좋을까?"라고 AI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오늘 해볼 수 있는 것​

  1. 지원하려는 회사의 채용 공고 원문을 저장하고, 자격 요건을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로 나눠 적습니다.
  2. DART에서 그 회사의 최근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열어 손익계산서를 확인합니다.
  3. AI에게 손익 흐름을 한 장으로 시각화해 달라고 하고, 그림의 주요 숫자를 원문과 직접 대조합니다.
  4. 최근 2~3개 연도로 넓혀 비교하고, 눈에 띄는 비용 항목마다 "왜?"라는 질문과 내 의견을 한 줄씩 붙입니다.
  5. 매출 구성과 경쟁사를 함께 보고, "제가 입사하면 이 부분을 보겠습니다"라는 제안으로 장표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