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쓴다는 게 뭘까 — 취준생 멘토링에서 나온 포트폴리오 조언
AI를 잘 쓴다는 건 화려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원래 하던 일의 암묵지를 AI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구조화해서 설명하는 능력입니다. 최근 진행한 취준생 멘토링 1회 차 대화를 정리하면서, 그 기준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배경
데이터 분석 관련 부트캠프 두 곳을 수료하고 지금은 경영기획 직무로 3개월 체험형 인턴을 하고 있는 취준생을 멘토링했습니다. 재무·회계 전공이고, 처음에는 AI plus 데이터 분석 역량을 살려 데이터 분석가로 지원하고 싶어 했지만, 신입 데이터 분석가 채용 자체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
멘토링 전에 러버블과 클로드로 각각 만들어본 재무 데이터 분석 포트폴리오 데모를 공유받았는데, 결과물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걸 면접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였습니다. 자소서에 AI 활용 경험을 녹였더니 면접에서 "AI를 얼마나 잘 쓰냐"는 질문이 들어오는데, 정작 본인이 생각하는 "AI를 잘 쓴다"의 기준이 없었습니다.
AI를 잘 쓴다는 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바로 답하는 대신, 자전거 타는 법을 AI에게 말로 설명해보라고 했습니다.
"한쪽 다리를 들어서 안장에 앉은 다음, 발판에 양발을 걸고 앞으로 밀면서 나가는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중심을 잡으면서 직진하면 됩니다."
바로 오류가 나옵니다. 양발을 동시에 페달에 걸면 그 순간 넘어집니다. 실제로는 한쪽 발은 땅을 딛고, 한쪽 발만 페달에 올린 채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몸으로 익혔기 때문에, 말로 단계화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게 암묵지입니다 — 할 줄은 알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노하우.
여기서 나온 결론은 이렇습니다.
- AI를 잘 쓴다 = 내 업무의 암묵지를 AI가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단계로 구조화해서 위임할 수 있다.
- 경력자가 신입보다 AI를 더 잘 쓰는 이유도 같습니다. 경력자는 도메인 지식(암묵지)이 있고, 그걸 AI에게 넘길 재료가 있습니다. 신입은 도메인 지식이 약한 대신, "설명하는 능력" 자체로 그 격차를 메울 수 있습니다.
- 반대로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구분하는 감각도 여기서 나옵니다. "루틴이 보이는 업무"(정해진 흐름이 있는 반복 작업)는 위임하기 쉽고, 그렇지 않은 업무는 먼저 암묵지를 언어화하는 작업부터 필요합니다.
포트폴리오에서 보여줘야 할 것
멘토링에서 반복해서 나온 포인트는, 결과물 자체가 아니라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의 기획력을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 "AI가 만들었어요"가 아니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과물은 이제 웬만하면 다 나옵니다. 채용 담당자가 판단하는 건 그 결과물 뒤에 있는 기획 — 어떤 문제를 정의했고, 왜 그 구조로 풀었는지입니다.
-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전처리·수집이 전체 시간의 70~80%를 차지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지금은 그 비중이 AI로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에서 강조할 지점도 "전처리를 잘했다"가 아니라 "무엇을 자동화했고, 그 설계를 왜 그렇게 했는가"로 옮겨가야 합니다.
- 면접에서 "AI가 당신을 대체하면 어떡하죠?"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답은 "저는 이런 에이전트를 계속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입니다. 결과물 하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런 결과물을 여러 개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이 가장 쉬운 시기인 이유
멘토링에서 나온 또 하나의 관점은, 지금이 AI 활용 역량을 어필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내부에도 아직 "AI를 잘 쓴다"의 기준이 없습니다. 채용 담당자도, 면접관도, AI를 정말 잘 쓰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는 상태입니다. 자격증 시험도 1~2회 차가 가장 쉽게 나오는 것처럼, 지금은 간단한 결과물만 잘 만들어도 눈에 띌 수 있는 과도기입니다. 시간이 지나 회사 내부 구성원들의 AI 활용 수준이 올라가면,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오늘 해볼 수 있는 연습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기 전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연습이 있습니다.
- 본인 업무나 일상에서 반복하는 일 하나를 고릅니다. (엑셀 정리, 보고서 작성, 일기 쓰기 등 무엇이든)
- 그 일을 AI에게 말로 설명해봅니다. "이렇게 하면 돼"가 아니라, AI가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처럼 단계별로 적어봅니다.
- AI에게 그대로 시켜보고, 결과가 기대와 다른 지점을 찾습니다. 그 지점이 바로 처음에 빠뜨린 암묵지입니다.
-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완성한 "설명서"가 그대로 포트폴리오의 재료가 됩니다 — 결과물 스크린샷보다 이 구조화 과정 자체가 면접에서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