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ck에 AI PM을 넣었더니, 회사 일이 매일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PM이 한 명 생겼습니다. 사람은 아니고요. Slack에 몇 마디 하면 — 아침 스크럼 초안이 채워져 있고, 요청한 일이 업무 카드로 정리되고, 메일 회신 초안이 준비되고, 저녁엔 "오늘 한 일" 요약이 올라옵니다.
저희 데이터팝콘 팀이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Hermes Agent를 Slack에 연결해 한 달째 팀원처럼 쓰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팀원처럼 쓰다 보니 별명도 생겼습니다. 이 글에 계속 나오는 쿠로미가 바로 이 Hermes Agent입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맡기고 있는 일상 운영 루틴 4가지와, 써보니 좋았던 점과 한계를 정리합니다.
이 실험은 영상으로도 만들었습니다. 화면이 실제로 움직이는 걸 보고 싶다면 영상이 빠릅니다.
쿠로미를 소개합니다
낯선 이름이 연달아 두 개 나왔으니 먼저 정리할게요. Hermes Agent는 제품 이름이고, 쿠로미는 저희가 붙인 별명입니다. Slack에서 매일 이름을 부르며 일을 맡기다 보니, 제품 이름보다 부르기 쉬운 이름이 필요했거든요. 이 글에서는 계속 쿠로미라고 부르겠습니다.
Hermes Agent는 Nous Research가 공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입니다. ChatGPT처럼 대화하는 AI에 '손'이 달렸다고 생각하면 가깝습니다. 물어보면 답만 하는 게 아니라, Slack에 상주하면서 문서를 만들고, 업무 카드를 옮기고, 메일 초안을 써둡니다. 저희는 이걸 Slack에 연결해 팀원처럼 쓰고 있습니다. 설치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고, Slack·Superthread(저희가 쓰는 업무 관리 툴)·메일 연동이 조금 손이 갔지만 그것도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프레임워크 자체는 오픈소스고, 모델 사용 비용은 별도로 듭니다.
작은 회사에서 힘든 건 큰 전략 회의가 아니라 매일 흘러가는 운영을 놓치지 않는 일입니다. 메일 하나 답장하는 데도 일정·장소·조건을 확인하다 보면 10분이 훌쩍 가고, Slack 요청 챙기고 카드 상태 정리하고 오늘 한 일까지 닫으려면 사소한 정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쌓입니다. 저희는 이 반복되는 PM 일을 쿠로미에게 맡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맡긴 일 1 — 아침 데일리 스크럼 초안
예전에는 아침 스크럼 문서가 생기면 각자 자기 업무 카드를 일일이 찾아 오늘 할 일을 옮겨 적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쿠로미가 아침에 스크럼 문서를 만들면서 업무 카드를 보고 오늘 할 일 초안까지 미리 채워둡니다. 사람은 그걸 보고 수정만 하면 됩니다.

쿠로미가 채워둔 오늘 할 일 초안. 팀원별로 업무 카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부 내용은 가렸습니다)
스크럼 문서와 별개로 Slack #ops-daily 채널에도 오늘 할 일을 요약해 올려줘서, 문서를 안 열어도 Slack만 보면 오늘 뭘 해야 하는지 보입니다.
맡긴 일 2 — Slack 요청을 업무 카드로
저희는 #internal-ops 채널을 업무 창구처럼 씁니다. 일이 생기면 스레드를 만들고 그 안에서 쿠로미에게 시킵니다.
쿠로미, 방금 이 스레드에서 정리한 내용 기준으로
Superthread에 새로 만들 카드는 만들고,
이미 있는 건 상태만 업데이트해줘.
그러면 쿠로미가 카드를 만들거나 상태를 To do → Doing → Done으로 바꾸고, 진행 내용을 카드에 정리합니다. 나중에 그 일이 어떻게 됐는지 찾을 때 Slack 스레드에는 흐름이, Superthread에는 결과가 남아 있습니다.

왼쪽 Slack 스레드에서 "카드 상태 업데이트해줘"라고 요청하면, 오른쪽 Superthread 카드에 결과가 정리됩니다.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PM 같았습니다. 일을 대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일이 사라지지 않게 제자리에 꽂아주는 역할이요.
맡긴 일 3 — 메일 회신 초안
외부 메일은 답장 전에 확인할 게 많습니다. 쿠로미는 그 앞단을 잡아줍니다. 메일을 읽고 제안 요약, 리스크, 확인해야 할 질문, 회신 초안까지 업무 카드 댓글로 정리해둡니다.
쿠로미, 이 강의 제안 메일을 읽고
조건, 리스크, 확인해야 할 질문,
발송 전 검토용 회신 초안을 정리해줘.
메일은 보내지 말고 Superthread 카드 댓글로만 남겨줘.

메일이 들어오면 쿠로미가 발신자·제안 내용·확인할 것들을 먼저 체크해둡니다. (고객 정보는 가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지막 줄입니다. 초안까지만 쿠로미가 하고, 확인과 발송은 사람이 합니다. 그래도 답장에 걸리던 시간은 확 줄었습니다.
맡긴 일 4 — 저녁 "오늘 한 일" 요약
하루가 끝나면 "오늘 우리 뭐 했지?", "내일 이어서 볼 건 뭐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쿠로미는 저녁에 Superthread와 GitHub를 보고, 진행된 내용을 카드 상태에 반영한 뒤 오늘 한 일을 요약해 #ops-summary 채널에 올립니다.

매일 저녁 #ops-summary에 올라오는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 한 줄". (세부 내용은 가렸습니다)
여기에도 규칙을 하나 걸어뒀습니다. 요약을 만드는 동안에는 카드 상태 업데이트 말고는 아무것도 발송하거나 새로 만들지 않게요. 저녁 정리 시간에 실수로 메일이 나가면 안 되니까요.
Before / After
| Before | After |
|---|---|
| 아침마다 스크럼 문서에 각자 카드 찾아 옮겨 적음 | 쿠로미가 초안까지 채움 — 사람은 수정만 |
| Slack 요청이 대화 속에 흘러감 | 업무 카드와 상태(To do·Doing·Done)로 남음 |
| 메일 답장 전 조건을 매번 다시 읽음 | 요약·리스크·질문·초안이 먼저 정리됨 (발송은 사람) |
| 하루 끝에 "오늘 뭐 했지?"를 다시 기억함 | 저녁 요약이 오늘 한 일을 남김 |
| 사람이 모든 정리 기준을 기억함 | 쿠로미가 반복 정리 루틴을 유지함 |
한 달쯤 써보니 가장 도움이 된 건 거창한 산출물이 아니라 이런 일상적인 정리였습니다. 회사 일은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걸 정리하고 이어가는 게 훨씬 많으니까요.
좋았던 점과 한계
좋았던 점은 관점에 따라 달랐습니다. 경영 관점에서는 정리·기록에 쓰던 시간이 줄어 강의와 사업 방향 같은 핵심에 집중하게 됐고, 회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한눈에 보여 결정이 빨라졌습니다. 팀원 관점에서는 — 리모트로 비동기로 일하다 보면 "그거 어디 적어놨더라" 하며 맥락을 다시 잡는 시간이 꽤 드는데, 쿠로미가 업무를 한곳에 계속 정리해주니 그럴 일이 줄었습니다. 저녁 요약만 봐도 오늘 뭐가 진행됐는지 보이고요.
물론 쿠로미가 PM을 대체하는 건 아닙니다. 한계는 명확합니다.
- 최종 우선순위와 결정은 사람 몫입니다.
- 외부 발송·삭제·아카이브는 사람이 승인합니다.
- 쿠로미가 만든 초안과 요약은 사람이 한번 확인합니다.
- 카드 위치를 잘못 잡으면 중복 기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정리"가 아니라 "판단"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에이전트 팀은 언제 만드나
요즘은 AI 에이전트 여러 개로 팀을 꾸려 운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역할을 나눠 맡기고 에이전트끼리 결과물을 다듬게 하는 방식은 저희도 흥미롭게 보고 있고, 가려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한 명을 제대로 쓰는 쪽을 먼저 선택했습니다. 직접 운영해보니 저희 규모에서는 AI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사람이 결정하는 단계가 막히지 않는 것이 속도에 더 크게 작용했거든요. AI가 늘어나도 그 결과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 저희의 진짜 병목은 AI가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Hermes Agent 도입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저희처럼 하나로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하나만 붙여도 운영 루틴을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지 충분히 체감할 수 있고, 늘리는 건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금 쿠로미 하나에게 상황에 따라 여러 역할을 맡기는 구조로 운영합니다. 이 구조로 사람 쪽 결정 루틴이 안정되면, 그때 에이전트를 늘려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확장해볼 생각입니다. 그 실험도 진행되면 이 시리즈에서 다룰게요.
다음 이야기
쿠로미에게 PM 말고 다른 역할도 맡겨봤습니다. 출장 준비를 통째로 — 일정 계획부터 영수증 정리, 통합 정산서 입력까지 운영비서처럼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룹니다. 영상으로 먼저 보고 싶다면 EP02 — 영수증 정리, AI 팀원한테 맡겼더니 정산서까지를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