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ck에 영수증 올렸더니, 정산서가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출장 다녀오면 제일 미뤄지는 일이 정산입니다. 메일함에 흩어진 영수증을 다시 찾고, 유로를 원화로 환산하고, 시트에 한 줄씩 옮겨 적는 일이요. 저희는 이번 베를린 출장에서 이 일을 Slack에 영수증을 올리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올리면 파일명이 규칙대로 바뀌어 드라이브에 정리되고, 정산서에는 유로 금액·환율·원화 환산까지 한 줄씩 채워집니다.
지난 글에서 PM 역할을 맡겼던 AI 팀원 쿠로미에게, 이번에는 운영비서를 맡겨본 이야기입니다. 출장 준비를 일정과 돈, 한 세트로 통째로요.
이 실험도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영수증이 정산서로 정리되는 흐름은 화면으로 보는 쪽이 빠릅니다.
쿠로미, 이번엔 운영비서
먼저 이름 정리부터 할게요. Hermes Agent는 Nous Research가 공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의 제품 이름이고, 쿠로미는 저희가 붙인 별명입니다. 저희 데이터팝콘 팀은 쿠로미를 Slack에 연결해 팀원처럼 쓰고 있는데, 지난 글에서는 아침 스크럼·업무 카드·메일 초안·저녁 요약 같은 PM 일을 맡긴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프레임워크 자체는 오픈소스고, 모델 사용 비용은 별도로 듭니다.
이번에 맡긴 건 다른 역할입니다. 마침 베를린에서 열리는 n8n Fest에 갈 일이 생겼거든요. 출장 준비라는 게 일은 아닌데 은근히 머리를 쓰는 일이잖아요. 크게 두 덩어리입니다. 하나는 일정 — 날짜별 동선, 준비물, 저희는 촬영까지 하니 촬영 계획도요. 또 하나는 돈 — 항공·숙소를 결제하면 영수증이 메일함에 쌓이고, 나중에 정산하려면 그걸 다시 찾아 유로를 원화로 환산해서 시트에 옮겨야 합니다.
운영비서라고 하면 보통 일정만 떠올리는데, 저희에게는 출장 준비가 일정과 돈이 한 세트였습니다. 그래서 쿠로미에게 이 둘을 다 맡겨봤습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면, 한 번에 끝난 건 아닙니다. Slack #internal-ops 스레드 하나에서 쿠로미와 한참 주고받으며 다듬었습니다 (댓글이 350개 넘게 쌓였습니다). 그 과정도 아래에서 같이 보여드릴게요.
맡긴 일 1 — 출장계획서 한 장
먼저 일정입니다. 스레드에서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쿠로미, 웹문서로 우리 베를린 출장 계획 만들어줘.
출장 일정이랑 관광, 워케이션까지 전부 포함해서 초안은 네가 잡아줘.
숙소도 네가 제안해주고.
일자별로 타임테이블이랑 지도를 같이 보여주면 좋겠어.
7월 14일부터 21일까지야.
그 결과로 한 장짜리 인터랙티브 웹문서가 나왔습니다. 상단에는 숙소 거점·행사장·첫날 이동 같은 요약이 있고, 날짜 탭을 누르면 그날의 타임테이블과 구글지도, "오늘 할 일" 체크리스트가 같이 뜹니다. 저희는 촬영이 중요해서 촬영 계획도 탭으로 분리됐는데 — 어떤 컷을 찍을지, 현장에서 뭘 물어볼지 초안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 요청에 없던 항목은 스레드에서 주고받으며 채워진 것들입니다.

날짜 탭을 누르면 그날의 타임테이블과 지도가 뜨고, 촬영계획도 탭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일부 정보는 가렸습니다)
새 카드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출장 카드를 하나 두고 항공·숙소, 촬영 준비, 비용 정산 같은 세부 카드를 그 아래에 모으는데, 이번 일정과 경비도 전부 기존 출장 카드에 누적했습니다. 나중에 "이 출장이 어디까지 정리됐나"를 카드 하나에서 볼 수 있게요.
맡긴 일 2 — 영수증을 올리면 정산서가 채워집니다
이번 실험에서 제일 편했던 부분입니다. 항공 티켓과 숙소 영수증을 Slack 스레드에 그냥 올리고,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쿠로미, 방금 올린 출장 영수증들 정산서에 정리해줘.
- 파일명은 우리 규칙대로 바꿔서 "베를린 출장 경비 관리" 폴더에 넣어줘
(날짜_지출항목_업체_상세_이름_증빙유형)
- 통합 정산서 "지출 상세 내역" 탭에 한 줄씩 추가하고,
유로는 원화로 환산해줘. 환율 기준은 내가 정해줄게.
- 증빙 파일명도 시트에 같이 매칭해줘.
- 확실하지 않은 건 "확인 필요"로 표시해줘.
그러면 이런 일이 순서대로 일어납니다.
- 파일명 정리 — 쿠로미가 영수증 이미지를 읽고
날짜_지출항목_업체_상세_이름_증빙유형규칙대로 파일명을 바꿉니다. 예를 들면20260619_항공료_myrealtrip_SAS항공_◯◯◯_ETICKET.pdf같은 식으로요. 나중에 "그 영수증 어디 갔지" 할 일이 없어집니다. - 드라이브 정리 — 바뀐 파일이 구글 드라이브의 "베를린 출장 경비 관리" 폴더에 들어갑니다.
- 정산서 입력 — 구글시트 정산서의 "지출 상세 내역" 탭에 지출일·항목·사용처·외화 금액·환율·원화 환산·결제수단·증빙 파일명이 한 줄로 채워집니다. 행을 새로 추가하기도 하고, 이미 있는 행을 보완하기도 합니다.

영수증을 올리고 "드라이브 + 시트에 추가하기"라고 요청하면, 쿠로미가 처리 결과를 스레드에 보고합니다. (예약·금액 정보는 가렸습니다)

"베를린 출장 경비 관리" 폴더 — 파일명이 날짜_지출항목_업체_상세_이름_증빙유형 규칙으로 정리됩니다. (이름·증빙번호는 가렸습니다)

정산서 "지출 상세 내역" 탭. 노란 행은 팀원이 만들어둔 예시 행이고, 그 아래로 쿠로미가 채운 행이 쌓입니다. (실제 금액·환율은 가렸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정산서 양식 자체는 팀원이 만든 것이고, 쿠로미는 그 양식에 채우고 보완하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환율 기준은 사람이 정해줍니다. 쿠로미가 환산을 하긴 하지만, 어떤 환율을 쓸지 정하고 합계가 맞는지 재확인하는 건 끝까지 사람 몫으로 남겨뒀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항목은 추측하는 대신 "확인 필요"로 표시하게 했고요.
Before / After
| Before | After |
|---|---|
| 일정·영수증·정산이 따로따로 흩어짐 | 한 흐름(출장 카드·드라이브·시트)으로 모임 |
| 일정·동선이 여러 메모와 툴에 분산 | 날짜별 타임테이블 + 지도 한 장 |
| 영수증이 메일함과 드라이브 여기저기 | 규칙 파일명으로 한 폴더에 정리 |
| 정산 항목을 그때그때 찾아서 옮김 | 올리면 시트에 외화·환율·원화까지 입력 |
사실 저희도 원래 정리는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일정은 일정대로, 영수증은 메일과 드라이브에, 정산은 또 시트에 흩어져 있어서 그때그때 찾아 옮기는 게 은근히 일이었어요. 한 군데로 모이니 영수증도 올리는 순간 제자리를 찾아가고, 정산 부담이 확 줄었습니다.
좋았던 점과 한계
솔직히 처음부터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나온 출장계획서는 링크가 깨져서 클릭해도 안 열리기도 했거든요. "이거 안 열린다"고 하니 쿠로미가 원인을 찾아 고쳤고, 그렇게 한 스레드에서 계속 주고받으며 완성했습니다. 한 번에 안 돼도 같이 다듬으면 된다는 게 이번에도 확인한 점입니다.
한계도 명확합니다.
- 예약·결제 같은 실행은 사람 몫입니다. 쿠로미는 정리와 초안까지 합니다.
- 환율 기준과 합계는 사람이 정하고 재확인합니다.
- 영수증 인식이 틀릴 수 있어서 원본 대조는 필수입니다.
- 미확정 정보는 추측 대신 "확인 필요"로 표시하게 합니다.
정리는 맡기되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 — 지난 글과 같은 결론입니다. 돈이 걸린 일이라 이 원칙이 더 중요했습니다.
이런 팀이라면 특히
이번 소재는 출장이었지만, "영수증을 올리면 정산서로 정리되는 흐름" 자체는 외근이 잦거나 행사를 자주 운영하는 팀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변 마케터 한 분에게 들었는데, 행사 한 번 치르면 영수증이 500장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양이 많을수록 올리는 대로 제자리에 정리되는 효과가 커집니다.
참고로 저희 팀원 중에는 이런 정리를 정말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 여행을 가도 일정을 안 짜고, 다녀와서 돈을 얼마나 썼는지도 잘 모른다고 해요. 그런데 쿠로미가 있으니 그 귀찮은 걸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됐다고, 이런 걸 잘 못하는 사람에게 특히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이야기
혹시 쿠로미에게, Hermes Agent에게 시켜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다음 실험으로 준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