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대면 말씀이 뜨는 키링, 왜 3D 프린팅 + NFC로 만들었나
가방에 달린 키링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오늘의 말씀 카드가 열립니다. 앱 설치도, 로그인도 필요 없습니다. 이 글은 그 키링을 3D 프린터와 NFC 스티커, 정적 웹페이지로 기획하고,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에서 실제로 팔기까지의 7부작 기록 중 첫 번째, 기획 편입니다.

배경: 성경 앱은 깔지만 열지 않는다
성경 앱은 좋은 게 많습니다. 문제는 앱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설치는 했는데 아이콘을 누르는 일이 줄어들고, 알림은 끄게 되고, 결국 잊힙니다.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웹서비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브라우저 탭 안에 있는 서비스는 사용자가 URL을 다시 열어주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어떻게 하면 앱을 열게 할까"가 아니라 "여는 동작 자체를 없앨 수 없을까"였습니다. 매일 손에 쥐는 물건에 트리거를 심으면, 사용자는 앱을 찾을 필요 없이 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됩니다. 그 물건으로 가방이나 열쇠에 늘 붙어 있는 키링을 골랐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6년 2월에 랜덤 성경 말씀을 보여주는 한 장짜리 웹앱으로 시작했고, 4월에 3D 프린팅 키링과 묶어 스마트스토어에 처음 등록했습니다. 그때는 사실상 실험용 등록이었고, 8월에 서비스와 상세페이지를 다시 만들면서 "제대로 팔아보자"로 바뀌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8월 이후의 기록이 중심입니다.
목표: 소프트웨어 실험이 아니라 판매되는 제품
목표는 프로토타입 하나가 아니라 실제로 주문이 들어오고 배송되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아래 네 가지를 먼저 정했습니다.
- 누가 사는가: 성경 앱을 꾸준히 못 여는 20~40대 크리스천, 그리고 교회 청년부·소그룹·세례·입교·새가족 담당자처럼 "여러 개를 한 번에 선물할 사람"
- 어떤 동작인가: 폰을 대면 빠르게 말씀이 뜬다. 설치나 필수 로그인 없이
- 어떻게 만드는가: 가정용 3D 프린터 1대와 시판 NFC 스티커로, 금형 없이
- 어디서 파는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메인으로, 쿠팡을 검색 유입 채널로
두 번째 타깃인 "단체 선물 담당자"는 나중에 세일즈 전략의 핵심이 됩니다. 이 얘기는 6편에서 다룹니다.
구조: 트리거, 서비스, 실물 세 조각
구조는 단순합니다. 키링 안에 URL이 적힌 NFC 스티커가 들어 있고, 폰을 대면 그 URL이 열립니다. 서버가 하는 일은 거의 없고, 말씀 셔플과 저장은 브라우저 안에서 처리합니다. 단순하게 만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태깅 후 로딩이 느리면 "고장났나?" 하고 폰을 떼어버립니다. 둘째, 1인 메이커가 유지보수할 수 있는 범위여야 합니다.
NFC 칩 선택: NTAG213이면 충분했다
NFC 태그는 종류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위변조 방지가 되는 NTAG 424 DNA 같은 상위 칩도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이 하는 일은 URL 하나를 여는 것뿐입니다. 인증도, 결제도, 동적 메시지도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144바이트 메모리에 URL 하나를 담는 NTAG213을 골랐고, 지름 25mm 원형 스티커 형태로 정했습니다. 키링 안에 넣어야 하니 두께가 얇은 스티커가 코인 태그보다 유리했습니다.
호스팅: NFC에 적힌 URL은 바꿀 수 없다
기획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스티커에 URL을 써서 키링 안에 봉인하는 순간, 그 URL은 영구적입니다. 판매한 키링 100개의 URL을 나중에 바꿀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호스팅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 무료 도메인보다 직접 소유한 도메인을 쓰는 것이 원칙이고, 무료 호스팅의 상업 이용 약관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이 결정의 후일담은 3편에서 이어집니다.
가격: 처음부터 맞추지 말고 실험 기준을 정한다
원가 계산은 기획 단계에 한 번 했지만, 이 숫자를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필라멘트 몇 그램, 스티커 몇 원, 인쇄물 몇 원을 더한 자재비는 계산할 수 있어도, 실제로는 출력 실패, 후가공 시간, 포장, 택배비, 플랫폼 수수료가 훨씬 큽니다. 그래서 "원가 얼마니까 얼마에 판다"가 아니라 "6,900원을 기준가로 놓고 가격 반응을 살펴본다"는 실험 기준을 정했습니다. 실제로 가격은 이후 두 번 더 바뀝니다. 5편에서 다룹니다.
기획 단계에서 미리 정해둔 "하지 않을 말"
실물 제품은 소프트웨어와 달리 배포 후 수정이 안 됩니다. 그래서 상세페이지에 쓰지 않을 표현을 기획 문서에 먼저 적어두었습니다.
- "방수", "영구 사용", "모든 기기 호환"이라고 쓰지 않는다. NFC 인식은 폰 케이스 두께, 금속 소재, 태깅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 3D 프린팅 특유의 적층결과 미세한 실밥은 불량이 아니라고 미리 안내한다
- 표지 문구는 랜덤이고 선택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이 결정은 나중에 CS를 크게 줄였습니다)
결과: 기획 문서 한 장과 결정 네 개
이 단계의 산출물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타깃, 칩, 호스팅 원칙, 가격 실험 기준을 적은 PRD 한 장과, 상세페이지에 쓰지 않을 표현 목록입니다. 대신 이 네 가지를 먼저 정해둔 덕분에 이후 3D 설계와 웹서비스,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 매번 다시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배운 점
기획 단계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하지 않을 것"을 정한 일이었습니다. 상위 칩을 쓰지 않기로 한 것, 서버를 두지 않기로 한 것, 원가 숫자를 믿지 않기로 한 것 모두 나중에 시간을 아꼈습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제품 치수와 무게를 기획 단계에서 실측으로 확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상세페이지, 3D 모델, 포장 계산에 서로 다른 숫자가 들어가는 일이 나중에 생겼고, 이건 2편에서 솔직하게 다룹니다.
다음 액션
다음 편은 3D 설계입니다. 25mm 스티커를 어떻게 키링 안에 넣고, 어떤 두께에서 NFC가 읽히고, 8가지 색상과 8가지 표지 문구는 어떻게 결정했는지 다룹니다.